참광장 이모저모
홍시 반쪽
병실을 돌고 온 동료 왈
“OOO 할아버지가 대근(대리근무) 간병사님한테 감을 사다 달래요.
제가 안된다고 했더니 그럼 간호사가 사다 달래요.
그것도 안된다 하고 아드님이나 따님더러 사 오라고 하라 했어요.
그랬더니 아들도 딸도 없대요! “
없다고 한건 자식들에게 부탁하기 불편하다는 말이리라.
공동 간병 간병사가 병실 환자들을 두고
할아버지의 감을 사러 나간다는 건 곤란한 일.
순간 스치는 생각이 있었으니
“내가 출동해야겠군. 감을 수배하러!”
나는 보무도 당당히 간호사실을 나섰다.
이 많은 병실 중에 감 하나 있지 않겠어! 하는 자신감으로.
휴게실에 계신 분들을 향해 외쳤다.
“혹시 감 있으신 분~ ~ ~ ”
외침과 동시에 “저요! 하며 나서는 보호자분이 계셨으니
“자 갑시다” 하고 따라가 보니 커다란 대봉감 하나를 떡하니 꺼내는 거다.
‘아이구 반가운 거 같으니라고^^’
“당뇨 있으셔서 조금만 드셔야 해요.” 동료의 말이 생각나
반만 달라며 반을 뚝 잘랐다.
아니 실은 뚝 잘라지지는 않았다.
살살살 잘랐다.^^
자르니 군침이 넘어가는 주황빛 속살이 보였다.
“완전 고마워요. 우리 할아버지 살리신 거예요~!!” 너스레를 떨며
반쪽 짜리 대봉감을 고이 들고 낙담하고 계실 할아버지에게 달려갔다.
“할아버지! 짜짠~” 하고 감을 쑥 내밀었더니
나를 올려다보시는 할아버지 묘한 표정ㅋ
고향집 감나무에라도 올라가서
감을 뚝 따오기라도 한 듯 신기해하셨다.
조금 오바하자면 감동을 받아 할 말을 잊으신 것 같았다.ㅎ
갑자기 능력자가 되어 버린 나
병실환자들의 함성과 박수(?)와 감동을 뒤로한 채
유유히 병실을 나와 한참 일을 하다
시간이 조금 흐른 후 가서는
“할아버지 잘 드셨어요? 떫지는 않았어요?
당뇨 때문에 많이 못 드리고 반만 드렸어요!” 했더니
“괜찮어, 맛있게 먹었어.
난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!” 하셨다.
식탐으로 들릴 수도 있을 그 말이
그 날은 왠지 마음이 짠해지며
드시고 싶은 게 있다는게 다행이다 싶고
그냥 넘기지 않고 구해다 드리길 잘 했구나 싶었다.
=올해는 소박한 6병동의 수제 성탄 트리=